2010년 3월 5일 금요일

#39.

2010. 03. 05. 금요일. 날씨: 비가 오다가 말다가 우중충


오늘 어제 전화통화 한 친구랑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취소되었다.
나는 이로써 이번주에 술을 한잔도 입에 대지 않는 바람직한 생활을 본의 아니게 해버렸다.
하지만 나는 술은 둘째치더라도 사람들을 못만나면 기분이 몹시도 우울해지기 때문에 기분은 별로였다.
그런데 퇴근할 때 즈음 되어 대학 동기에게 연락이 와서 급 연대앞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찾아간 연대 앞은 3월이라 그런지 화장 떡칠한 어린 애들로 북적였다.
신입생 애들은 고등학교 갓 졸업한 그 풋풋함 만으로도 신선할진데, 화장과 계단 굽이라니...
참 쯧쯧 하게 되면서도 20살인 것들이 부럽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몇 년 전엔 애들끼리 술집 앞에 모여서 하하호호 했겠지.


사당 급 모임 이후로 처음 만난 나의 절친들은 아직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냐며 나한테 뭐라고 했다.
하지만 걸리는게 너무 많단 말이다.
하루 빨리 회사를 소개시켜준 선배와 얘기를 해봐야겠다.


오늘도 나오는데 주말에 근무할 수 있냐며 물어오길래,
특별히 주말에 나와서 할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소스 분석해야지. 라는 말이 돌아왔다.
내 생각엔 그건 다음주중에 해도 아무 문제 없는 일인 것 같은데 말이다.
그 말을 한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다시 이렇게 말하더라.
특별하게 할일은 없지만 그래도 다같이 일할 때 일해야지. 라고.
특별히 주말에 나간다고 일 더 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 _-)...
게다가 저 말을 들으니까 친구가 상사땜에 때려치고 나온 회사 얘기가 생각났다.
주말에 호출이 있어서 회사를 나갔는데 상사가 '혼자하기 심심해서 불렀어' 라고 했다든가.
주말출근을 왜 '다같이'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더 일할게 있으면 나오겠지만, 딱히 특별히 주말에 일할 것도 없는데 왜 나가야 하지?
꼭 월요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주말에 나가겠지만, 다음 주에 해도 되는 건데 왜 그래야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암튼 한국의 수직상하적인 계층구조는 빨리 부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재밌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 IT 개발자의 현실이었는데, 매일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월화수목금금금을 연출하다가 폐 수술까지 간 사람의 이야기였다.
물론 나는 배째라 개기니까 금금금까지는 아닌데, 맨날 주말 근무의 압박에 시달리는 건 사실이니까.
그 사람의 이야기도 눈물났지만, 그 밑에 리플들이 정말 가관이었다.
개발자들의 공감내용과, 개발자 남편을 둔 와이프들의 눈물, 그리고 자기 자식은 절대로 이쪽 계통에 안들이겠다는 사람, 또는 자기 자식은 절대 개발자와 결혼 안시키겠다던 사람.. 등등...
나도 내 동생 컴공 간다고 해서 결사반대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그 마음이 다 이해가 갔다.
이 기사와 지금 내 현실을 떠올리면서 졸라 열심히 공부해가지고 성공해야지. 진짜로.


암튼 간만에 만난 친구들은 너무 좋았고, 서로 회사 욕과 ㅇㅂㅈ욕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거지가 된 사연과 그간의 일들을 얘기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ㅎㅎ
그래도 간간히 나 혼자 우울해지는 건 친구들은 좋은 곳에 안착했기 때문이겠지.
내 현실에 급 짜증나고.. 난 언제나 되야 천만원을 모아볼까.. 하아..

댓글 없음:

댓글 쓰기